걷는다... 오늘도 무작정 걷는다... 무조건 걷는다... 그러고 나면 내 머릿속의 온갖 잡념과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는 듯하다.
그래서 걷는다...이 길을 난 참 오래도록 걷는 것 같다...너무나 많이 변했지만...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너무나 예쁘게 단장되어진 대단지 새아파트의 산책길이다...
버스정류장 3개 정도로 길고 크게 지어진 이 아파트단지는 1년 전에 재개발로 지어진 아파트다. 우리집은 재개발 이전에 있었던 자그마한 빌라였다. 오랜 시절 잘 소유하고 있던 아버지 덕분으로 새 아파트로 분양을 받아 들어온 터다. 그래서 걸으면 걸을수록 더 애착이 가고 아무리 주변환경이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어도 나에게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이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빌라에 살던 이전에도 이 아파트단지 어딘가쯤에 살던 곳이 두어 곳 더 있었다. 애기때만 빼놓고 살았던 곳이기에 이 지역의 완전 골수 토박이인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이곳에서의 첫집은 단독주택이었다. 오징어게임에서 나오는 구슬치기 하던 동네와 사뭇 흡사한 주택단지들이 늘어선 곳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화장실이 있었고 조그마한 마당을 지나면 거실이 보이고 거실 삼면으로는 방이 위치해있었다. 그 당시는 나름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안정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리 가난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그 집에서의 기억은 좋은 것도 많았지만 안 좋은 기억이 하나 있었는데, 자다가 연탄가스를 맡아 죽을뻔했던... 지금 살아있으니 다행이지만, 그 시절에는 연탄가스를 맡아 죽을뻔했던 사람들이 많았던것으로 기억한다.지금은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다음에 이사한곳은 그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가게 딸린 집이었다. 부모님이 그때서부터 문방구를 시작하였기 때문이다.문방구집 딸들.. 우리 자매들은 그렇게 불리우게 되었다.. 그다음 한 번 더 이사한 곳도 문방구가 딸린 집.아직은 초등학생이었지만, 두 번째 문방구부터는 가세가 많이 기울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세상은 내뜻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하고 깨달은 지금, 우리부모도 그 시절에 아이넷을 키우며 문방구를 하던 시절이 꽤나 힘들었을것으로 생각하니, 목이 메는 거 같다. 그때의 명절은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일까?
우리 형제는 나포함 세 자매에 막내로 남동생이 하나 있다. 우리들은 명절날만 되면 모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문방구영업에 투입되었다. 문방구 앞에 평상을 차려놓고 거기에다 장난감들을 산처럼 쌓아놓고 명절 특수를 노린 까닭이다. 아버지는 저녁이 되면 불꽃놀이 시범을 보이면서 동네아이들을 불러모았고 우리들도 그 아버지의 쇼를 보면서 판매도 하면서, 암튼나름 재밋는 명절을 보낸 것 같다.
여기서 우리 아버지의 얘기를 빼놓을 순 없지. 우리 아버지는 어렸을 적 정말 우리들과 잘 놀아주는 아버지였다. 하모니카도 잘 부시고 기타도 잘 치셔서 우리들을 모아놓고 기타 치고 노래도 부르고 또 녹음도 해보고, 정말 재미있는 유년시절을
보낸 것 같아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아버지께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엄마 입장에선 좋은 남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 잘 놀고 술 좋아하시고 사교성이 좋으시니 동네에서 인기가 장난 아니어서 엄마가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그것도 나중 커서 깨달았지만, 정확히 말해서 나도 결혼생활을 해보고 나서 느끼게 된 것이다.
어쩌다 이 얘기까지 ㅎㅎ 그렇다! 내가 이런 수많은 추억이 깃든 곳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걸으면서 120동이 두 번째 문방구 자리일까? 아니면 121동? 첫 번째 문방구 자리는? 바로 전에 살았던 빌라가 있던 곳도 정확히 몇 동인지 모르고 어림잡아 짐작만 하면서, 그렇게 어디였을까? 하면서 걷는 것이다. 지금 삶이 별로 행복하지 않아서일까나? 자꾸 예전 어렸을 적 추억과 그 추억이 있던 그 어드메를 찾으며 걷는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땅에서 나는 자랐고, 공부했고, 친구들하고 뛰어다녔고 ,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똥개라는 이름을 가진 개들과 뒹굴었었다. 여기 이곳을 디딤돌 삼아 나는 사회에 진출하면서 외국을 밥 먹듯 돌아다녔고, 또 낯선 곳에서 4년이나 유학도 다녀왔다.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다시 정착한 곳이
바로 이길, 이 땅이다. 돌고 돌다가 다시 돌아왔다.
나와는 너무나 끈끈한 이곳. 자석의 N극 S극처럼 또 찰싹 붙어버렸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떠나고 싶지 않다. 될 수 있으면 내가 어린 시절부터 살았던 이곳에서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쭈욱 늙어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 나는 내일도 또 이 길을 걸을 것이다. 내일은 어렸을 적 집터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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